예전 같으면 티비에 목매고 열심히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2004학년도 1학기는 아직 그 막을 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결과만 열심히 확인하면서 분을 삭이고 있는 중이다.
이 사진(예전 아주리의 No.10 델 피에로, 그러나 정작 내가 좋아하는 선수는
로베르토 바조다)에서 추측할 수 있듯 내가 좋아하는 팀은 이탈리아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의 바조의 활약에 눈이 돌아가 이탈리아를 좋아하게 된
나는 지난 유로 2000에서의 다잡은 우승을 놓친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물론, 당시 아주리의 전력은 우승권이 아니었으며, 그 자리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운이 따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되던 지난 2002년 우리나라에게 패해 탈락한
(아쉽게 됐다. 그러길래 조1위 해서 올라갔으면..4강까지는 갔을텐데..)
그들은 다시 한번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자리에 섰다.
비에리, 토티, 델 피에로, 인자기(부상으로 빠졌지만)..
아주리가 이 정도의 공격진을 보유한 시대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카데나치오' 로 대변되는 미들과 수비진간의 협력수비에 의한 강력하고도
끈끈한 디펜스라인과 필요할 때 한방을 넣어줄 수 있는 좋은 포워드 라인이
원래 이 팀의 전통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공격축구로 전환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좋은 미드필더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키는 바로 토티다.
유로 2000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알린 이 '로마의 왕자'는
이제는 소속팀과 이탈리아 대표팀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띨빵함이 때로는 귀엽게 느껴지기는 하나..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플레이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 '바보' 가 또 한번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2년 뒤에 비에리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델 피에로의 역할은 아마도 카사노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파르마의 질라르디노가 성장해준다면..모르겠지만 현재의 코라디나
디 바이오 정도로는 비에리의 무게감을 대신하기는 힘들 것이다.
팀의 에이스라면,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대 덴마크 전에서의 토티의 활약은 만족스럽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설령 미드필드를 장악당해서 고립되었다 한들, 에이스라면 그 상황에서도
활로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4년 전, 바로 유로 2000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능력을 다시 한번 리플레이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런 비신사적 행위로 3경기 출장정지(유에파에서 정말 많이
봐준거다)를 먹은 것은 넘버 텐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
물론 이탈리아는 토티가 없어도 강하다. 그러나 토티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해결사로서의 능력은 그 강함에 화룡점정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방점이다.
어쨌든 출장정지는 내려졌고, 토티는 팀이 세미파이널에 진출해야
나올 수 있다.
이번 대회도 대진운은 최상이다.
(껄끄러운 강팀은 피했고, 조별리그 상대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북유럽
팀들이다.)
그 멤버로 우승 못하면 크루이프 시절, 또는 베르캄프 시절의 오렌지 처럼
쓰디 쓴 기억을 남기고 돌아서야 할 것이다. 아주리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82년 스페인이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한번쯤 다시 우승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