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作> 질투는 나의 힘 -
同名의 영화가 있다는 건 들은 적이 있는데, 별로 보고픈 맘이 들지 않았다.
(누가 만들었고 출연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내 마음 안의 무수한 공장들이 다 덧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간직했었는지 쓴웃음을 지을 때도 많다.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사랑을 나눌 사람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한채 쓸쓸한 내 마음의 밤길로 돌아온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그런 초라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아 헤매었음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확한 것을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보이지 않아
나는 그렇게도 먼 길을 돌아서 와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