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로 따스하게 스며드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기지개를 켜고 나서,
회색 건물 속에서도 참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예기치 못한 축복을 누리며
상쾌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직은 뜨겁게 달궈지지 않은
미지근한 아스팔트를 밟는 느낌은 무얼까..
내가 과연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20년을 넘게 살아온 곳인데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것은 삶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도 민감함을 가져다 준다.
편의점에 들러 무표정하지만 귀여운, 인형같은 점원에게 미소를 지으며
요즘 맛들인 호두우유와 신문 한부를 집어든다. 그리고 다시 밖에 나오면
이제는 햇살이 약간은 시샘어린 질시를 담은채 따갑게 내리쬐기 시작하고
강력한 계절, 여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무엇을 하든
그는 항상 거기에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연수 23을 찍은지 얼마 안되는 날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그것이 나를 옭아매는 덫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바랄 수 없는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을 보면
아직 철이 들어야 할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다행일까..아니면 부담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