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cf에 대한 소고(2)

(참..박은빈양에 대해선 별 감정 없는데..두번이나 올리니 왠지 미안하네..;)


3. 광고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성적 코드' 에 관해서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그 값어치를

계산해서 잘 포장된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의 입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상은

바로 '몸'이다.


광고는 소비자의 욕망을 대변하고, 그 욕망을 실현시켜주겠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는 바로 성욕이며,

광고는 이러한 욕망을 다양한 기법을 통해 제품의 이미지와 결부시켜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도록 충동질하는 것이다.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각종 광고에서 무수히 많은 섹스 코드들이

난무하고 있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집중한다면 프로그램 사이에 지나가는

cf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코드들이 사용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성욕뿐만이 아닌

인간이 가지는 모든 욕망을 드러내놓고, 때로는 은밀히 자극하는 것이 광고의 본질이다)



이 삼성생명 cf에 대해서 혹자는

불필요한 성적 코드가 들어 있는, 매우 불쾌한 광고라는 지적을 한다.

아버지가 딸의 등에 손을 댔는데, 우연찮게도 브래지어에 손이 닿았다는 점에서

'브래지어'라는 성적 코드가 사용됐고, 불쾌했을 법한 상황에서 딸이 웃는 장면이

남성만의 판타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반응을 찬찬히 살펴본 결과,

남성들은 브래지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인지했어도 그것을 성적 코드로 파악한 경우도 드물었다.

이것은 남성들이 자신의 시각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점을 통해 이해가 가능하다.

노출되지 않고 은밀히 숨어있는 브래지어는 남성이 인지하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것이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이 광고는 어디까지나 특정상품에 대한 소비욕구를 조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었기에 은유적인 섹스 코드를 굳이 삽입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이 광고에서는 과거 가족주의에 대한 짙은 향수를

느낄 수 있다고 보는 편이 좀더 정확하지 않을까. 특히 딸이 여자가 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그 부분에 가서는 그 의도가 조금은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딸이 웃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광고에 나오는 소녀의 연령을 고려해본다면 그런 신체적 접촉에

지극히 민감해할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 벌컥 화를 내거나, 불쾌해도 꾹 참을지는

몰라도 웃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해도 말이다.

이상의 지적을 토대로 결론을 내려본다면, 남성만의 판타지가 다소 과격한 표현일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남성들의 오해라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4. 딸이 여자가 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과

아들이 남자가 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의 차이는?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남성들도 꽤 많다.

정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국 사회에 있어서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많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전업주부로 활동한다. 자의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인 압력에 의해

타의로 선택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아직도 결혼하면 퇴사를 강요하는

회사도 많이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가사, 육아부담으로 인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정리해고 시 기혼 여성은 해고 선순위에 속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 이후 여성은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갖는 남성에게

종속적인 위치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결혼할 남성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자신이 충분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면, 굳이

상대 남성의 경제력에 연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남성은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지만, 그에 따른 과도한 부담을

안게 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부담은 상당부분(내지는 대부분) 남성의 몫으로

돌려지게 되며, 이런 의미에서 가장이라는 위치가 항상 달갑게 여겨지지만은 않는다.


반면에 여성은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는 불이익을 안게 된다. 나아지는 추세라고는 해도

여전히 상당수의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직업활동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설령 자신의 직업활동을 계속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과중한 가사, 육아부담은

여성에게 수퍼우먼이 될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결국 어느 한 쪽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남성이 가지는 가정에서의 우월적 지위는 여성에게 있어서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지만(그 지위가 과연 바람직한가를 떠나서),

그 지위가 잘못 활용될 경우에는 가정이 쉽게 파탄의 길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단히 불합리하지 않은가?

여성쪽이 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기는 하지만, 남성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다.




5. 가벼운 감상


이 cf에 대한 남여간의 인식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 남성 중심이고, 남성 위주의 사이트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보수적 의견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생산적인 의견은 그리 많지 않았고, 비열한 인신공격성 글이 난무했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논쟁이 있는 곳들을 둘러보고 오면, 정말 한국사회에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전무한가 라는 회의에 빠지기가 쉽다.

상대방의 의견을 보고 서로간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해하려는

토론의 기본적인 태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라는 점이

때로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번 학기에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 쪽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이 나오면

코웃음을 치거나 대놓고 들으라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목격하고선

주위의 인간들도 이런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냥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토론문화가 없던 시절에서 차차 형성해 가는 과도기로,

남녀간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는 과도기로 말이다.










by 키엘 | 2005/08/15 08:04 | critiqu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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