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글루스 가든(이었나?)에서도 화제가 됐던,
그 문제의 삼성생명 cf에 대해 여러 사이트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접하고
몇가지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기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1.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전형적으로 송출하는 웰 메이드 광고.
이 전형적으로 송출하는 광고란,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킴으로써
이 가정과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겹쳐보이게 하여 기업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목적을 가진 광고를 의미한다.
이 광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먹히는 '가족주의'라는 코드를 이용하여
성실하고 인자한 가장과 묵묵히 뒷바라지 하는 아내, 그리고 부모님을 잘 따르는 자식이라는
가부장 제도 아래의 전형적인 가정을 설정하고 기업의 위치를 가장의 위치와 교묘하게 매치시키는
수법을, 이 광고 역시 충실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남성과 여성 모두를
억압할 수 있는 가부장제도를 옹호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 나올 수 있는 각종 불협화음은 생략된 채, 아름다운 모습만을
조명한다. 서로가 원해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나온다면야 얼마나 좋겠느냐만,
실제 우리의 모습이 과연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을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아빠 힘내세요' 라는 그 유명한 광고에서 문제삼을 수 있는,
왜 아빠만 그리도 힘들어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이러한 점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2. 아버지가 모르고 브래지어에 손을 댄 것이 그리도 불쾌한가?
아무것도 모르는 남성의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입장이기는 하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나열해보면
그 정도야 이해할 수 있다/불쾌하지만 넘어갈 수 있다/매우 불쾌하다
라는 3가지 입장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듯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내 주위의 여성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별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 삼는 당신이 이상한 여자다' 라는 류의 주장이나,
설령 불쾌했다치더라도 '아버지가 모르고 그런건데 당연히 이해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주장이다.
이 두 주장 모두 대단히 안타깝게 들을 수 밖에 없는데,
우선 전자의 경우는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주위 사람의 의견만을
토대로 자신의 주장이 진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헛소리로 배척한다.
이야기하면서 제일 피곤한 사람들이 이런 분들인데, 특히 이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의
토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치환하곤 한다. 감정이 진리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이성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후자의 경우는 아버지라는 특수한 위치를 내세워 남성성을 희석시키는 부분과
(본인의 의도는 물론 그게 아니겠지만)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위치를 강조하는 부분을 짚어봐야 한다.
여성은 아버지 역시 남성으로 인식한다.
아버지 입장에서야 귀여운 딸로 생각하겠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 임과 동시에 남성이라는 두가지 부분을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이 부분을 이해한다면(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최소한의 이해는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여성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남성성의 문제와는 달리 아버지의 가부장적 위치를 강조하는 입장은
상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이 주장 자체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아버지라고 해서
자신의 정당한 감정을 감춰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남성들은 이 부분에서
설령 불쾌하더라도 아버지가 모르고 한 것이니 참고 넘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서로 대화를 통해 이해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쉽지 않기는 하다.)
이러한 인식이 확대 재생산되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상사가 해도 고분고분, 선배가 해도 고분고분 따라야하고 불쾌한 기색을 보이면
설치는 부류로 찍히게 마련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 조직에서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성이 원하는 여성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여성으로 조직이
채워지면 남성들은 그런 여성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고 여성은 희생자로 남는 것이다.
소고(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