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의 침몰, 에스파냐의 눈물

언제나 토너먼트에 약하다고 회자되던 스페인. 비실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도 막상 메이저대회 본선 토너먼트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둬온 독일과 자주 비교대상이 된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이번

포르투갈 여행은 또다시 조별리그 탈락으로 막을 내렸다.


오늘 경기에서 그들이 보여준 것은 자국이 가진 최고의 리그에서 성장한

화려한 멤버들과 그에 비해 믿을 수 없는 빈약한 승부욕과 정신력이었다.

어제 제대로 뛴 선수는 언제나 열심히 뛰어 다니는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아쉽게도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한)

라울과 바르셀로나의 불타는 심장, 카를레스 푸욜 둘 뿐이었다.
- 하나 추가하자면 비센테 정도..


이러한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니 입 아프게 여러번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경기는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더욱 확고히 굳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화려한 멤버로 구성된

라인업이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의 한국이 그랬고,

이번 대회의 그리스가 그랬듯이 승리를 위한 열정과 목마름 없이,

우승을 향한 타오르는 의지 없이는 절대 단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2006년의 스페인은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들의 아이콘, 라울은 아마도 완숙미를 보여주며 팀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고,

'엘 니뇨' 토레스는 라울과 함께 공포의 투톱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호아킨, 비센테, 루케, 레예스는 화려한 스페인의 미드필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고 이미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한 푸욜과 차후가 기대되는 마르체나는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를 탄탄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지목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올스타로 팀을 만든다고 해도 승부욕과 정신력 없이는 절대 우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곤하고 힘들면 짐싸서 집에 갈 생각을 하는 선수들을

데리고는 감독도 할 게 없다.



다만, 2년 후에는 스페인이 나의 이런 고정관념을 제발 깨주길 바랄 뿐이다.

내가 이탈리아 얘기하면서 언급했듯, 저런 선수들이 우승 한번 못해보고

은퇴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쉽기 때문이다.


승리를 위한 2%가 부족한 스페인의 비약을 기대한다.


by 크로와상 | 2004/06/21 13:24 | sports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croissant.egloos.com/tb/10539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